성실한 나라의 앨리스
2015
안국진
'나만 잘하면 돼.'
그래 너만 잘하면 돼.
그러면 필패必敗야.
여지껏 그렇게 살아왔으니,
앞으로도 그렇게 살면
지금의 패러다임에서는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,
다람쥐 챗바퀴 돌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희한한 구조.
'나'의 문제가 아니라 '우리'의 문제이고
'나'의 잘못이 아니라 '국가'의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
얼마나 더 당하고, 깨우치고, 다시 당해야 하는 것일까.
영화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속삭임.
'그래, 내가 조금만 더 잘하면 돼.'
이 속삭임에 중독되고, 도취되면
지금의 어버이연합이, 1번만 찍는 할머니, 할아버지, 부모님까지
"지금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어. 끈기가 없어. 우리 때는 말야..."
하는, 이 소리를 자신이 곧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비밀.
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본 이정현의 연기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,
해맑은 그녀의 미소가 오히려 애처롭게 느껴지는 건 전혀 안 비밀.
臣